불 새
달디단 말 한마디로
세상의 불의에 은막을 내린다.
그 뒤로 다가오는 무서운 비명과
애절한 삶에의 유혹.
두팔로 매달린 벼랑속의 인간
그 속에 타오르는 짐승의 생투
그리고,
이어지는 숨소리는 이미
거치른 목마름으로
은막을 물들인다.
아무렇지 않는 듯한 두 눈 속엔
비리의 단맛을 느낀 살아져감의 환희와
그속에 파고드는 환멸의 그림자.
그러한 몸뚱이로 세상은 가득차며,
이승의 지옥이 걷혀진 시야로
막연히 들어올 때
은막 바로 옆에 누운 한 인간은
그를 무대 밖으로 내밀친다.
그리고 거기엔 삶의 유희와 안무만이
달디단 세상맛을 한층 유혹한다.
-「불새」를 보고, 198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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