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리 (1987.1.14-1.17)
14일, 아침 9시에 일어나서 은행에 가서 30,000원 찾아서 생활비를 했다. 메리야
스 한 장을 신촌시장에서 사가지고 학교에 갔다. 1시 민화가 가리 되고, 보은집에
가서 막걸리 마시며 죽치고 놀다가 재훈이와 돼지고기 등 먹을 것을 사 가지고 집
에 돌아와 냉면해 먹고, 고량주에 돼지고기를 먹었다.
사구체에 대해서 논하면서 SK는 토대로 자본주의의 분석, 상무구조를 식반사
로 보는 시각에 대하여 논란. 연세춘추에 게재된 좌담을 보고 토론. 미처 자세히 읽
지 못한 게 반성됨.
11시에 재훈이 집에 만화책 들고 들어가서 5시까지 만화보다가 AM 11시에 일어
람, 집에 돌아와 정리하고 보니 1시 민화 약속을 어기게 되어 가리되고, 도서관에
들어가 공부랍시고 약간 함. 집에 빨리 돌아와 정리하고 경계원론 책을 읽음. 2시
에 잠을 자서 16일 마침. 9시 반 룸에 들러보니 약속 X. 1시에 민화 개시, 중 . R
3part 민화. 눈물겨운 민화였음. 보은집에서 술자리 참석. 술 한 모금도 안 마심. 재
훈이와 집에 와서 냉면해 먹고, TV 보다가 10시 반경 재훈이 감. 12시, 깜박 졸은
사이에 정현 옴, 토스트, 라면 먹고 이야기하다가 책좀 읽고 3시에 잠.
17일 아침, 일어나보니 11시 밥 지어 먹고, 정현이 2시에 나감. 집에 혼자 있으면
서 TV를 계속 봄. 보다 지처 지영, 지은이와 장난치다가 노래 부르니 누나가 갑자
기 옴. 11시 반경, 정현이 와서 소진이 문제 이야기하다가 지금 이 글 쓰고 있음.
글쎄, 운동을 해 나간다는 게 무엇인가. 내 생활 속에서 체화되지 않은 채로 계속
맴도는 막연한 관념들에 분명 확신에 대한 실천이 있어야 하겠지 않겠는가? 여러
가정문제, 개인 진로문제에 부딪쳐 그만두는 선배·동기들을 많이 본다. 그렇게 훌
쩍 떠나버리는 데에는 분명 서로간의 믿음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직 구체
적으로 고민되는 건 없지만 계속적으로 고민하며 풀어나가야 한다.
운동적 삶을 산다는 것은 인간이 되기 위한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나뿐만 아니
라 남을 위하는, 나아가 역사의 필연적인 인간해방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만 든다. 현실적 제 조건을 눈물로 극복해 나가는 선배를 볼 때 나에게 약간의 힘이 된다. 서로서로가 견인해 나간다는 것은 분명 이러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삶에 대해 항상 재고하고 서로 이해해 주리라는 믿음 속에, 그리고 잘못
된 것은 겸허하게 고쳐나가야 한다는 전제 아래 그 과정 속에 서로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