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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유고 글

생활정리 (1987.1.5-1.6)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25 12:04:21 조회 : 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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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리 (1987.1.5-1.6)

5P.M 2시에 여명회 재학생 모임과 지도교수님과 함께 갖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1,2학년(14,15)들과 함께 있으니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게 되었다.

왠지 답답하게 지냈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적이지만, 지도교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는데 학교 내에서 여명회가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과, 재학생들

이 졸업생들로부터 붕붕 뜨는 이야기를 듣고 제대로 공부만 할 수 있는지의 문제

, 졸업 후 총동창회와 여명회 회원 간의 문제 등이 거론됐는데, 재학생들의 문제

는 계속 일어났고, 특히 요즘 학교에서 계속되는 자율학습 등으로 인해 구성원들 간

의 친목도모가 제대로 되는지의 문제가 떠올랐다.

모든 게 제도교육, 특히 대학입시 때문에 모든 것을 저해하는 분위기가 성숙되

었다는 느낌이 들어 매우 안타깝다. 애들에게 1,000원 짜리 맘모스빵을 사주었는데

이것은 회의 관례이므로 탓할 수 없을 것. 게다가 크림빵, 단팥빵 등도 곁들여 주었

으니 꽤 발전한 편이다. 교수님과의 지금까지의 서먹서먹한 관계는 일단 해소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애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저녁에 집에 들어와 마지막 광주에서의 날을 보냈는데,

계속적으로 Tension은 잡히지 않았다. 6일 오전에 정리를 하고 3시 반 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다. 휴게실에서 옆에 앉았던 사람이 뜻밖에 주스를 사준다. 겸연쩍어,

지금 뭘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니 고등학교 2학년이란다. 갑자기 받은 환대에 어

떻게 대해줄까 하다가 그냥 왔다. 이야기하다 보면 또 내 방향으로 흘러 그리 좋은

효과를 얻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비를 아끼려고 버스를 타고 집에 왔는데 시간을 1시간 이상 잡혔다. 광주에 도

착 전화하고 집에 들어와 방청소, 빨래, 저녁식사 하고나니 11시가 다 된다. 내일 부

터 열심히 하기로 약속하고 좀 쉰다. 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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