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께
봄날 같지 않게 찬바람이 가끔 불어옵니다.
감기 걸리기 쉬운 계절인데 아버님 건강은 어떠신지요. 한 달 동안 학교생활
을 하면서 전에 느끼지 못한 즐거움들을 느끼곤 합니다.
지난주에는 전방에 다녀왔습니다. 전화도 못 드리고 그냥 떠나서 무척 죄송
스럽습니다. 제 나이 또래의 군인들을 보고 제 자신의 안일했던 지금까지의 생
활이 후회 되더군요. 날씨는 조금 추웠지만 그 정도 추위는 견딜 수 있다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그곳에서 지금까지의 생활을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지금쯤
누나 결혼준비로 무척 바쁘시겠군요. 어머님도 무척 고생하시리라 생각 합니다.
훈열이는 입시준비로 바쁘겠고 아무튼 집안에 많은 일이 겹쳤는데 장남
으로서 아무런 힘도 되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고 생활에 충실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아버님도 정년이 1년밖에 남지 않아서 무척 서운하시겠지만, 고혈압
조심하시고 건강하십시오.
아버님께 좀 더 힘이 될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무럭무럭 자라나
겠습니다.
셋째누나도 직장에 열심히 다니고, 생활비도 넉넉하오니 염려 마십시오.
그럼 조만간 뵐 날을 기대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