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열에게
바쁜 일주일의 생활을 보내고, 조금은 여유가 있는 일요일을 보내고 있다. 날씨
도 점점 풀리고, 졸리기 딱 알맞은 봄이 되었구나. 3학년 올라가서 생활해 보니
좀 어떠냐? 부담은 갖지 말고 차근차근 공부해 나가라.
학력고사가 며칠 남았다는 식의 생각보다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라. 반복되는 따분한 생활이겠지만, 내용 있는 생활을 해라. 그러면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 있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다.
형은 이제 2학년이 되어서, 대학생활이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해서는 피부로 느끼
고 있다. 아니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활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거다. 이제
서서히 시험 준비도 해야 할 나이인 것 같다. 잠시 시험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조금
은 자유스러운 생활을 1년 남짓 했지만, 결국 경쟁해야 되는 우리의 생활이 이어지
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 속으로 파고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고3 생활을 멋지게 보내길 바란다. 조금은 염려되는 심정으로 이렇게 편지 띄
운다. 아버지 어머니 걱정 끼쳐드리지 말고, 열심히 생활하고, 많이 먹으면서 해
라. 그럼 안부 전하고 이만 줄인다.
1987. 3. 8(日),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