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열에게
준열에게
낙엽이 다 져버린다.
그동안 잘 있었냐. 온통 잿빛이다.
내 마음도 하늘도 온통 잿빛이다.
다 타버린 담배처럼, 그리고 또 한대의 담배에 손이 간다.
빠알갛게 타오르는 불덩이가 움켜쥐고 싶어서, 왠지 시적으로 근사하게 시
작하고 싶구나.
오늘 아침에 아리랑을 사서 하루 종일 즐겼다. 사글사글한 맛이 참 좋다.
요즘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나 엄청나게 다가온다.
며칠 전 내 방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이 지금은 싸늘한 유치장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나는 배때기 깔고 FM 들으며 아리랑을 피우며 한손엔
Hi-Tecpoint 0.5를 듣고 배부른 사색에 잠기고 있다.
뱃속에 있는 것들을 다 끌어내 여기에 적으면 좀 가라앉을는지.
신문을 통해 학내에서의 이야기를 통해 들었겠지만, 사실이 너무 엄청나지
않냐?
이번 주에 별일 없으면 토요일에 광주에 내려갈 예정이다. 일요일이 내 조카
돐이다. 많은 이야기 그때 했으면 한다. 시간 비우고 주머니 채우고 기다려 주
라.
광주직할시 시민아, 세금 더 내야겠지?
이제 도청 앞이 아니라, 그곳이 시청이 되었겠구나. 다른 곳으로 옮겼는지도
모르겠다.
뒷면에 詩 하나 쓰고 이만 생존소식 알리련다. 1986.11.2.
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