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추모문집 발간에 부쳐
이한열!
그대 이름은 부르고 또 불러도 더욱 그리워지는 이름이오. 이젠 그대가 쓰러질 대 삼천리
방방곡곡에 피어있던 꽃들이 지고, 피고, 지고, 또다시 피었다가 진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선생님-”하고 부르면서 멀리서 뛰어올 것만 같은 그대를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마음이 어찌
이 늙은이 혼자만의 생각이겠소.
그대를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과 누님들, 그리고 동생의 지나온 나날이 얼마나 안타까움과
아픔으로 가득찬 세월이었을지 조금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같소.
또한 시청앞, 금남로, 망월동 곳곳을 꽉 메우고 차마 떠나보낼 수 없는 그대를 떠나보내며
입술 깨물고 눈물 흘렸던 그대의 친구들과 우리 온 국민들에게도 그대 이름은 부르고 또 불
러도 더욱 그리워지는 이름일 것임이 분명하오.
이한열!
그대의 죽음은 징소리요, 또 북소리였소. 많은 김근태들과 권인숙들을 잡아족치고, 박종철
과 그대 등 민주를 사랑하던 이들을 죽이고 또 죽음으로 내몰면서까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독재권력에게는 그들의 종말을 선포하는 징소리요. 그렇지만 그 동안의 안일과 타성을 딛고
일어나, 겨레 스스로의 주인됨을 일깨우고 사회를 민주화하며 통일조국을 이룩하라는 엄숙
한 역사의 명령에 답하려 발걸음을 옮기는 우리들에게 당신의 죽음은 이제 힘찬 진군의 북
소리요.
이한열!
그러나 이제 그대의 삶과 투쟁, 그대의 뜻을 기리며 좇으려는 우리 모두의 것이니, 그대
이름도, 그대의 죽음도 이제는 이 겨레 모두의 것이오, 우리는 우리의 삶과 투쟁에서 부활한
그대가 될 것이오.
이한열!
부르고 또 불러도 더욱 그리워지는, 다시 살아날 우리의 이름이여!
1989년 11월
무등산 기슭에서
이한열 추모사업회 이사장
성 내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