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깃발입니다. 자세히 보면 혈흔도 있습니다. 이한열이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피 흘리며 쓰러질 때 그를 받쳤던 연세대 화학공학과 학생회 깃발입니다.
오랜 시간 잊혀져 있었습니다. 2015년, 연세대 공과대학 건물 리모델링을 앞두고 창고를 청소하던 재학생들에게 발견되어 이한열기념관에 기증되었죠.
깃발은 그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전설’이었습니다. 선배들이 소중히 보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만 전해졌을 뿐. 실제로 2001년 ‘화공과 깃발의 보존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표구까지 하며 보존 노력을 기울였으나 언제부터였던가 후배들에게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되어 깃발의 존재가 잊혀졌던 것입니다.
깃발은 2016년 전시를 앞두고 전문기관의 보존 처리 과정을 거쳐 다시 태어났습니다. 역사의 흔적인 핏자국은 보존하되, 오염은 제거해야 했죠. 깃발 뒷면은 양면테이프 접착제가 덕지덕지 묻은 상태였습니다. 붉은 염료가 녹아내릴까봐 물로 세탁할 수 없었고, 건식 클리닝으로 먼지와 오염물을 털어냈습니다. 테이프 접착제는 아세톤으로 제거했습니다.
지금 이 깃발은 이한열기념관 4층 전시실에 안착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