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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의 딸』(이상락)을 읽고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25 11:56:25 조회 :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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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의 딸(이상락)을 읽고

 

한강 위의 인공섬. 인간들의 창작품이 아닌 인간들의 쓰레기로 이루어진 우리 호흡의 마지막 순간이 정착한 곳. 외면당한 근대화의 부산물. 그곳에도 인간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도 하루 세끼를 습관적으로 먹으며, 누구나 그렇듯이 졸음이 쏟아지면 잠시 낮잠을 즐긴다. 그곳에는 책상이라 불리는 조각품 대신 피카소의 추상화에 수렴되는 즉흥적인 술좌석이 놓여있다. 숙명이라면 신을 욕해도 화를 받지 않을 듯 한 그러한 삶들이 이어지는 곳. 인간은 쌀을 먹어야 살지, 결코 파리를 한 움큼씩 잡아먹어도 그곳엔 죽음이 있을 뿐이다.

여란은 인조다리를 보고 실성을 했다. 차라리 진짜 토막시체를 보고 딴 세상 사람이 되었더라면 이렇게 나의 마음이 아프진 아니했을 것이다. 열일곱의 청순한 나이로 난지도에서 한 밑천 잡아 어엿한 새색시가 되길 바랐던 여란, 그리고 그의 유일한 혈육 아버지. 그러나 그곳에 밀려들어온 사람은 끈끈이에서 발버둥치는 파리처럼 엉덩이를 떼지 못한다. 방배동 현대아파트 쓰레기통에 강력 접착제라도 들어있던 것처럼.

오월 마지막 주일 능곡행 시외버스를 타고 성산대로를 질주하다 안쪽으로 가물거리는 산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난지도바로 저 곳이었구나 하는 단순한 생각. 언젠가 한번 가보아야 하지 하던 나의 생각은 이 책을 통하여 결코 나 같은 속물은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는 성스러운 순례지로 돌변했다. 그렇게 그곳은 결코 하루 이틀 구경거리가 될 수 없는 곳이다. 무인도는 우리에게 신선한 이미지와 함께 사랑하는 그대와 영원히 살고픈 곳이다. 그러나 무인도에 말뚝 박고 막상 살기란 이승의 지옥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다. 차라리 난지도는 무인도였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곳에 이미 세끼 밥을 지어먹는 부뚜막이 놓여 있다. 그들의 삶, 삶의 고통이 얼만 큼일까? 의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배부른 고민거리로 소화불량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난지도 한 부락에 불이 났다. 최과부의 치욕적인 정조의 무너짐은 한 부락을 태워버리는 화마로 승화되었다. 그것은 최과부의 몸이 아닌 난지도 전 주민의 작업장이었다. 그들에겐 차라리 집에 없는 게 나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곱게 한복으로 단장한 국민학교생들이 보낸 구호품을 거절했다. 아니 카메라 셔터가 눌러지기 전에 그들을 내쫓았던 것이다. 분명 그것은 사기였다. 들락거리는 금뺏지를 단 이마에 기름칠한 치들과는 사용하는 언어가 달랐다. 서로 통하지 않았다. 마치 캐다 남은 그들의 기반인 쓰레기 더미를……(이하 유실)……

 

<86.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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