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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25 00:00:00 조회 : 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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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추억.

인생의 발자취, 추억. 과연 추억은 기뻐야 할 것인가, 슬퍼야 할 것인가. 기쁜 것도 추억이고 슬픈 일도 추억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추억 하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도 괴로운 시절을 들춰본다. 왜 그럴까. 혹 사람에게는 기뻤던 일보다는 슬펐던 일이 더 많았을까. 슬픈 추억도 기쁘게, 아니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는다. 추억이란 우리 가슴속에 깊이 간직된 자기의 일기장이다.가슴속 깊이 들어있는 추억. 언제라도 펜을 들고 들춰내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추억. 추억은 삶의 보람이요, 벅찬 과거였다.

추억이란 어떤 사람에게 더 많을까? 모든 일생을 조그마한 실수나 후회 없이 살아와서 현재 대성한 사람에게 많은 것일까? 아니면 어려운 일을 닥쳐도 끝까지 이겨내고 결코 성공하고야 말았던 사람에게 있는 것일까? 두 번 째일 것이다. 갖은 고생을 다하고 이마에 줄무늬를 친 시커멓게 탄 사람에게 더욱더 아름다웠던 추억은 있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괴로웠던 시절을 남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꼭 고생해야 한다는 말이 아님은 물론이다.

인생의 괴로운 시절, 나는 그 괴로운 심정에 빠져있다. 왜냐하면 기말고사에서 뜻밖의 점수로 올수를 맞을 수 없기 때문이다. 1학기의 올수는 학기 초에 세웠던 나의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 그 계획이 깨진 지금, 나는 어떤 유쾌한 유머나 음악이라도 결코 웃을 수 없다. 그러나 3일간의 시험이 남아있다. 열심히 해야겠지. 그러나 우울한 나의 심정은 좀처럼 사라져버릴 수 없다.

어느 선배가 한 말 중, 너무 점수에 신경 쓰지 마라, 큰 것을 생각하라 하고 역설하였다. 그러나 나의 조그마한 심장은 그러한 큰 용기를 가질 수 없다. 나는 지금 무엇이 되려고 이러는 것인가. 나는 매번 이러한 좌절과 고행 속에 살아가야 하나? 그래서 장차 어떻게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을까? 용기를 갖자. 희망을 갖자. 나에게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이번이 다는 아니다. 고교시절에도 아직 5번의 기말이 있다. 그리고 학력고사, 그리고 고등고시, 그리고 인생시험이 남아 있다.

나는 과연 대학생이 되어 1학년 1학기 말을 제외하곤 올수를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나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나의 머리와 노력이 버티고 있다. 좌절하지 말자. 이번이 다가 아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나머지 열심히 해서 최대의 성과를 올려야겠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누가 나의 이 길을 막으랴.

잠, 별거 아니다. 조금만 참자. 여자 생각, 하면 뭘해. 헛장난! 접두사 그대로 모두 헛것이다. 아무 쓸모없다. 지금, 아무 필요 없는 무가치한 존재다. 아니 해로운 존재들이다. 나에게는 없다. 모든 역경 뒤에는 항상 승리의 여신이 손을 흔들고 있다. 자신을 갖자. 이겨내자. 그리고 승리의 여신과 손을 잡고 멋진 춤을 추자.

후련하다. 마음의 안정이 되어간다. 점점 흥분이 되어 활자가 내 눈 안에 내 머리 속에 들어온다. 공부하자. 열심히 열심히 하자. 이 종이 한 장은 반드시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확신한다. 길이 간직하자.

 

-198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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